부제 : ■■■ ■■■ ■■■ ■■
시작에 앞서, 스레드 '나비꽃 아가씨'를 포함한 해당 내용의 시간대는 징조의 한두달 이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또한 사람에 따라 고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 소수 존재합니다.

덜컹, 덜컹.
소달구지가 덜컹이며 길을 가로질렀다.
앞편에 선 중년의 남성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뒷편의 누군가에게 외치듯 물음을 던졌다.
"거 아가씨! 이쪽으로 가시는거 맞아유?"
"네 맞아요."
소달구지의 뒷편에 얼굴을 가린채 조용히 앉아있는 이는 자신의 손목에 걸린 매듭팔찌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연보라색 실에 하늘색의 보석돌이 꿰인 매듭팔찌는 지나간 세월을 보여주듯 겉면이 낡아보였다. 그런 팔찌를 바로보던 이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꺼내어 손바닥에 올려진 것은, 연보라색과 검은 색이 엇갈린 채 각각 하늘빛 보석돌과 붉은빛 보석돌을 꿰고있는 한쌍의 매듭팔찌였다.
"....."
그녀는 두개의 팔찌에 특색으로 걸려진 붉은 실을 만지작거렸다. 이내 한쌍의 팔찌를 손바닥 안에 고이 접어쥐곤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에게 거짓을 말한건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라면 내가 여기 오길 반기지 않아했겠죠.'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였는지 하늘은 맑고 화창하기만 했다.
...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크게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태웠던 소달구지가 멈춰섰다.
"다 왔어유!"
"아.. 감사해요. 부탁 들어주셔서~.."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디야~. 그나저나 젊은 아가씨 혼자 이리 돌아다녀도 괜찮컸슈? 위험할텐디..."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음.. 그렇다면야...그래도 조심해유! 난 가볼게야!"
"네, 조심히 가세요~."
그녀는 소달구지의 모습이 보이기 전까지 제자리에 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느덧 소달구지의 모습이 사라지자 들고있던 손을 내리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밖을 나온 이후론 이 근처에 와본 적이 없는데.. 잘 찾을 수 있으려나요?
..다른 분들에게 물으며 찾아가다보면 도착할 수 있겠죠?"
그녀는 머리에 쓰고 있던 면사포가 달린 삿갓과 하관을 가리고 있던 천을 고쳐쓰곤 길을 나섰다.
"허억....헉...."
어두운 밤하늘 아래, 커다란 나비핀을 머리에 단 이가 숨을 가파르게 몰아쉰 채 길가를 뛰어다녔다. 그녀의 눈가는 붉어져 있었고, 꽃을 박은듯한 눈엔 적은 양의 눈물이 고여있었다. 쓰고 있던 삿갓을 손에 꼭 쥔 채로, 누군가에 쫒기듯이 달려갔다.
'왜 모두가 제게 그런 소릴 하는거죠...?'
연화는 이 마을로 온 순간부터 자신에게 있던 일들을 회상했다.
길을 걸을때마다 자신을 보며 수근대는 사람들.
길을 물으려 다가갈때마다 비명을 지르곤 도망가는 사람들.
또는 버럭 화를 내다 우는 사람들.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옷깃을 부여잡곤 비는 사람들.
제작기 달랐지만, 그 사람들의 말들은 대부분 원망섞인 말들로 가득했다.
"이 살인자!"
"내 아이들을 돌려내!!"
"죽음을 불러오는 독나비같은 ×."
"왜 다시 왔어! 아예 사라져버릴 것이지 왜 다시 온거야!!"
하지만 분노와 절망, 원망에 뒤덮힌 말들 중, 그녀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말은..
"아예 같이 불에 타 죽어버렸음 좋았을것을..!!"
'불이라니... 부모님은 무사하실 거에요... 집도 멀쩡할거에요..! 회가 제게 그랬는걸요..!!'
불안한 감정들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덮치려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벗어나려 발버둥치며, 연화는 높은 담장이 보이는 곳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도중에 치맛자락에 걸려 몇번이고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담장으로 향하였다.
어린시절부터 봐오던, 그 담장이었다.
.
.
.
벅차오르는 숨을 어렵사리 내쉬며 연화는 높은 담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외관이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다른점이라곤 관리가 안 되어있는 모습 정도였다. 그런 담장의 모습에 연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멀쩡해요... 조금.. 너저분해 보이긴하지만 매번 바쁘다고 하셨으니까요. 그 때문일거에요.'
담장을 바라보고 있던 연화는 이내 옷매무새를 정리하곤 가까이로 다가갔다. 벽 중앙엔 커다란 대문이 달려있었다. 연화는 손잡이를 잡고는 세번 두드린 후 목소리를 내었다.
"호영방(蝴榮芳)의 직계 장녀 매연화,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말이 사방으로 울려퍼졌지만, 이후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그에 연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몇번이고 소리를 내었지만 여전히 고요함만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불안감이 다시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내밀자 연화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 밀어보았다.
끼익-
낡은 나무문의 소리와 함께, 대문은 쉽사리 그녀의 앞길을 열었다.
연화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로 담장 안으로 발을 내밀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반기는 풍경은,
검게 타버린 집과 마당의 모습이었다.
검게 그을린 채로, 부분부분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을 한 채였다. 이 풍경인 채로 시간이 꽤나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듯, 거미줄과 먼지들이 한가득 집을 메웠다.
"....."
자신의 눈에 비치는 풍경에, 연화는 사색이 된 채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입술은 물론이거니와 동공, 다리까지 전부. 사시나무떨듯 떨고 있던 그녀는 이내 퍼뜩 정신을 차리곤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집만 이랬을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무사하실 거에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바람을 비웃듯 집 곳곳엔 피가 고인 채 시간이 지나 굳은 자국, 불에 그을려진 시체 몇 구, 잘려나간 신체들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그러한 것들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안쪽에서부터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고, 몇번이고 주저앉을 뻔했다.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눈엔 다시금 눈물이 고여있었다.
"왜.... 왜 이렇게 된거에요....?
대체 왜.....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그리곤 왜인지 모르게, 머리가 아파왔다.
계속해서 아파오는 머리를 쥐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무언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듯했다.
누군가의 비명소리.
쇠마찰 소리.
자신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아가씨! 어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연화야.. 우리 아가. 엄마아빠 금방 갈게..! 먼저 가 있어!!"
"..으극...."
자신의 기억엔 없던, 하지만 어딘가 본적이 있는 듯한 장면들이 연화,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이 기억들은....대체.......
...괴로워....싫어....... 이게 사실일리가.."
그렇게 힘겹게 집안을 둘러보던 중, 어린 시절 자신의 기억 속에 들어있지 않은 낡은 문이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걸음을 문 앞으로 옮긴 연화는 천천히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고, 연화는 홀린 듯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옅은 불빛을 길잡이 삼아 지하실로 향하자 꽤나 많은 물품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물품들은 연화,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의 추억이 가득 쌓인 것들이 대다수였다.
멍한 정신으로 물건들을 손끝으로 쓸던 연화의 시야에 쌓여있는 책 몇 권이 들어왔다.
다시금 홀린 듯 책 가까이로 다가가 책을 들어올렸다. 책의 앞 표지엔 '명부'라고 적혀 있었다.
"...명부..?"
연화는 조심히 책의 표지를 넘겼다. 책의 안엔 누군가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고, 그 옆엔 독살, 타살 등의 살해 종류가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 끝엔, 높은 금액이 쓰여있었다.
"이게 무슨 명부...인거지....."
눈썹을 내린 채로 명부를 읽던 그때, 어딘지 익숙한 이름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 이름들.... 분명..."
"우리 민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우리 주혁이가 ...!!"
자신에게 매달리며 원망섞인 말을 늘어놓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던 이름들. 그 이름들이, 자신이 보고있는 명부에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몇 이름 중엔 자신의 기억상에도 있는 이름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잠시 자신과 놀아주었던 아이들. 이 집에 들어와 며칠 뒤 집으로 갔다던 아이들.
"...."
그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하나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그 아이들이 며칠도 채 되지 않아 집에 갔는지도. 애초에 그 아이들은 집을 간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대신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기미상궁을 하다가, 자신을 대신하다가.. 그리고 죽은 아이들의 집으로 돈을 보낸 것이다. 사실을 알아버린 연화는 명부를 놓친 채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위해 어떤 짓을 버렸는지 알게 된 충격인 걸까. 지금껏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자신 때문이었던걸까. 살인자, 살인자의 자식. 이곳까지 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수식어들이 가슴께를 파고들었다. 충격에 휩싸인 채 손을 바들바들 떨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다, 도망치듯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아....!"
급히 도망치느라 주위를 살피지 않아서였을까. 날카롭게 부숴져있던 목재에 왼손목이 그어졌다. 따끔거리는 통증에 손목을 부여잡곤 주저앉았다. 손목에 옅게 상처가 그어져있었고, 상처 위론 피가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리고 왼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걸렸었던 것일까. 실이 끊어지려하고 있었다.
"..팔찌가....."
끊어지려하는 팔찌를 바라보자, 불현듯 누군가가 떠올랐다. 늘 제게 다정했던 그가. 언제부터인가 만나기 어려워진 그가. 왠지모르게 점점 불안해보이던 그가..
팔찌를 보자 밀려오는 감정들에 정신은 더욱이 지쳐만 갔다. 적은 시간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던 연화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벗어났다.
점점 정신적으로 지쳐갈 때 쯤, 연화는 집의 한가운데 정문으로 발길을 내밀었다. 왜인지, 기억 속의 부모님이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금방 나온다던 부모님의 말을 생각하면, 두분도 나오지 않으셨을까 라는 생각에..
"나오..셨을거야.... 나오셔서 도망가셨을거야....."
그리 중얼거리며 정문 앞을 서성이던 연화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걸림의 느낌에 그녀는 자연스레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다. 그녀의 발에 걸린 것은 주변이 검게 그을려진 하늘빛의 보석돌의 목걸이었다.
"하늘색...보석돌...목걸이...."
무어라 중얼 거리던 연화의 머리에 문득 어린 시절의 어떠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집에만 있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공예품을 손수 만들던 그녀가 부모님께 처음 만들어 주었던 목걸이. 분명 가운데 박혀있던 보석돌의 색이, 하늘빛이었지.
기억이 스치자 연화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여나 하는 생각으로.
그리고 머지않아 그런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그을려진 주변과 대비되는 사람형체의 자국이었다.
연화가 목걸이를 주웠던 바로 아래, 두 사람분의 자국이 남겨져있었다. 특이점은, 하나의 자국은 머리부분으로 추정되는 자국이 없었다는 것이다. 삐걱대는 고개를 억지로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두 자국과 비슷하게 대비된 동그란 원형 자국이 있었다.
순수하고 멍청한 나비꽃 아가씨.
아무리 그녀라해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풍경마저 모를까.
창백해지고 사색이된 채 제자리에 서있는 그녀의 머릿속으로, 또 하나의 기억이 흘러 들어왔다.
과거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급히 집을 빠져나오는 회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온지 몇분도 채 되지 않아 뒷쪽에서 폭발과 함께 굉음이 들려왔다. 연화는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 집이..!"
"안됍니다 아가씨! 어서 벗어나야해요!!"
"하지만 부모님도, 다른 모두도 나오지 못했는걸..!!"
"큰주인님의 명입니다! 피하셔야해요!!"
자신의 호위무사에 말에도 그녀는 불에 타고있는 자신의 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눈엔 몸에 불이 붙어 괴로워하는 사람들, 신체가 절단되어 몸부림치는 사람들. 칼을 들고 사악하게 웃은 채 다른 이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있던 어렸던 연화는, 그 자리에서 발걸음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호위무사가 끌고가지 않았다면, 그녀도 허우적대는 사람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지.
"제발 정신 차리십쇼 아가씨!"
거의 끌려가다시피 자신의 호위무사를 따랐던 연화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두피의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연..화야..... 우리 딸....."
"살려다오...... 제발.... 구해다오....."
불길에 휩싸인 채, 몸이 타들어가고, 점점 녹아가는 자신의 부모의 모습이 시야를 가득채웠다.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는 몰골로 연화의 머리카락을 쥐어잡은 부모는 그녀에게 매달렸다. 목숨을 구걸하면서.
"아.....아아......"
코앞에서 자기 부모의 충격적인 모습을 봐버린 연화는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시야가 암전 되었다.
.
.
.
꿈뻑, 꿈뻑.
눈커풀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눈을 뜨자, 별이 수두룩한 밤하늘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멍한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회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 정신이 드셨습니까 아가씨..?"
"...회..?"
회의 부축을 받아 상체를 일으킨 연화는 주변을 더 크게 둘러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던 회는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나오는 도중, 감히 아가씨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나오시긴 하였으나.. 다른 분들은,"
"저기..."
그때, 연화는 회의 말을 끊고는 어리둥절하단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왜 밖에 나와있는 거에요? 그것도 이 밤중에.."
"...."
회는 연화의 말을 듣고, 한참동안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화의 표정은 흙투성이가 된 그녀의 옷과 피부가 가려질 정도로 정말로 모르겠다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표정이었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회는, 이내 입을 떼었다.
"...아가씨께서 곧 성년이 되시지 않습니까. 좀 이르지만, 큰 주인님이 아가씨께 주시는 성년선물입니다. 그간 집에만 있게 둔 것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하시며, 마음껏 긴 여행을 떠나도 좋다 하셨습니다."
회의 말에 연화의 얼굴은 점차 밝아져만 갔다. 이상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나, 늘상 꿈꾸던 일이 주어져 기뻐하는 이에게 그런 것이 보였을리가.
"정말?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근데 왜 이 오밤중에.."
"밤의 야경은 몹시 아름다우니, 첫시작을 저녁에 하는게 좋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렇구나~!! 멋진 생각인 것 같아요! 당장가요!!"
여행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아이처럼 신나하는 연화의 모습에 회는 가슴 안켠 욱신거리는 느낌을 숨긴 채 일어섰다.
"네, 가요."
"......"
왜 잊고 있었을까.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벌써 몇년의 시간이 지난 일을, 왜 이제서야 기억해낸걸까.
억지로라도 힘주어 버티고있던 다리는 그녀의 정신이 끊어짐과 동시에 힘이 빠져 부모님의 자국 위로 주저앉았다. 부모님의 그을림 자국 위쪽으론, 그녀의 머리색상과 닮은 꽃 두송이가 피어있었다.
톡,토독.
연화의 눈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폭포수처럼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읏...우읏......."
부모님의 목걸이를 손안에 쥔 채로 가슴팍에 묻으며 점점 몸을 수그린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억지로 막은 입새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감정이 폭발해 처절히 터져나왔다.
"아아아아아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고요한 새벽녘 아래, 그녀의 외침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연화는 주먹을 세게 쥔 채로, 자신의 감정을 토해낼 뿐이었다.
머릿속으로, 그간 들었던 말들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진짜 순진하다 못해 아무것도 모르는건가? 너네 가문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더욱 즐기셔야하지 않습니까."
"..네 부모는 정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구나? 크핫..!!"
"아아..아아아...!!! 흐아....!!"
" 편지를 보내고 있다고? 그럼 그편지의 답변을 받은적은 있어? 진짜 멍청하구나 나비꽃 아가씨."
"이번엔 바쁘시다 하셔서, 무리일 것 같습니다."
"신용받질 못하는건지.... 아님 그것도 보호랍시고 그러는건지......"
"아니야... 아니라고.....아아..."
"아아- 알겠어~ 그럼 바보취급은 안하기로 하자!
그럼, 네가 뭘, 할수 있는데 ? "
"아아아...!!!!!큭...아악....!"
주먹을 세게 쥐었던 탓인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핏방울을 냈다. 아릿한 통증이 전해져 오지만, 그 고통이 와닿지 않았다.
손바닥에서 전해져오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머리에서 오는, 가슴 언저리에서 오는 통증이 너무나 아팠기에. 이내 주먹을 쥐던 손은 자신의 머리를 잡은 채 파르르 떨었다.
"왜... 항상 전 모르는건가요...."
떨려오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늘 저에겐 전부 숨기는 건가요...."
원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믿음스럽지 못했나요....?"
애원하듯 말했다.
"왜....!!!"
크게 화내었다.
"..왜 난, 이렇게나 멍청이인거야....."
무지한 스스로에게.
무지한 자신이 싫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조금 멍청하고 바보같더라도, 세상은 살만했기에. 보이는 모든 건 매우 아름다웠기에.
지금 이 순간만큼, 무지한 스스로가 밉고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이 없었다.
자신에게 원망을 가득 담은 채로, 그녀는 한참이나 울부짖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연화는 수그렸던 몸을 스르르 들었다. 머리는 잔뜩 헝크러진 채 나비핀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었고, 손과 옷깃, 얼굴엔 잿가루와 흙먼지, 핏자국이 번져있었다. 얼굴은 눈가가 붉어지고 눈물에 범벅이된 채였다. 언제나 활짝 핀 꽃이 박혀있던 두 눈동자엔 생기가 빠져나가 마치 꽃이 시들어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목이 졸려 둘러놓았던 붕대는 느슨히 풀어지기까지 했다. 평소의 그녀와는 너무나 상반된 몰골로, 연화는 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입을 열어 살짝 쉰 목소리로 내뱉었다.
"...집이.. 엉망이네요. 청소를 해야겠어요."
그리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검게 타버린 집 안으로 들어섰다.
"호영방(蝴榮芳)의 직계 장녀 매연화.."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다녀왔어요. 어머니, 아버지.
부제 : 스스로 새장에 들어간 나비
좀 급발진이라 느끼셨나요? 유감이네요 저도 그런데.
밀린 숙제 후다닥 휘갈긴 느낌이라.. 머시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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